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한번 제약업계를 흔들기 시작했다. 의약품 수입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선언은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예고한다. 특히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과연, 미국 내 재고 확보만으로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투자자들의 머릿속을 맴돈다. 이 글에서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왜 중요한지, 한국 주요 기업들의 대응은 어떤 전략을 따르고 있는지, 그리고 미국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 어떤 리스크 분산 전략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트럼프의 의약품 관세, 이번에는 왜 중요한가?
트럼프 대통령은 의약품 제조를 자국 내에서 활성화하기 위한 새로운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2주 내로 수입 의약품에 대한 관세 발표를 예고했다. 이 조치는 단순히 무역 정책의 일환이 아니라, 미국 내 산업 보호 및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치적 목적까지 담겨 있다.
하지만 현실은 복잡하다. 미국은 연간 2,000억 달러 이상의 처방약을 수입하고 있으며, 이 중 상당량이 한국, 스위스, 독일 등 외국 기업으로부터 공급된다. 이 같은 관세 조치는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과 제약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 지금 어떻게 대응 중인가?
1. 삼성바이오로직스 – 글로벌 CDMO, 미국 재고 중심 운영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미국에 25.8%의 매출을 의존하고 있다. 직접 관세 영향을 받지 않는 원료의약품 위주의 CDMO 구조 덕분에 상대적으로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지만, 미국 내 생산기지 확보가 난항을 겪고 있는 점은 장기적 불안 요소다.
현재는 재고 중심 운영이 핵심 전략이며, 단기적인 대응은 가능하지만 중장기적으론 공급망 리디자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2. 셀트리온 – 9개월분 재고, 파트너 기반 미국 진출 확대
셀트리온은 램시마, 트룩시마 등의 바이오시밀러를 중심으로 미국 수출을 지속하고 있다. 관세 가능성에 대비해 이미 미국 내 9개월분 재고를 선적한 상태다.
그러나 셀트리온의 핵심 대응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향후에는 현지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제조 및 유통을 현지화하는 방향으로 전략 전환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3. SK바이오팜 – 미국 생산 체계 구축 중
SK바이오팜은 미국 내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를 직접 판매 중이며, 이미 미국 내 자체 생산 설비를 기반으로 현지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향후 관세 정책 변화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모델이다.
관세 리스크 시대, 투자자는 어떻게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할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등판 가능성과 함께 다시 불거진 관세 리스크는 단순한 정치 이슈가 아니다. 글로벌 공급망을 흔드는 경제 지형 변화이자, 바이오·제약 관련 주식 투자자에게는 전략적 전환점이다. 투자자는 이 시점에서 기존의 단순 보유 전략을 넘어, 보다 정교한 '정치 리스크 헷지' 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1. '현지 생산력' 보유 기업에 주목하라
투자자는 미국 내 생산기지를 이미 갖춘 기업에 집중해야 한다. 관세 이슈는 결국 '현지 생산 인프라'를 확보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의 실적 격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처럼 미국 내 자체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거나,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CDMO 구조로 미국 시장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은 단기·중장기 관세 리스크를 동시에 회피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닌다.
2. 헬스케어 ETF 및 정치 테마 ETF로 분산투자 강화
직접적인 개별 종목 투자가 불안한 투자자는 ETF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다. 특히, 미국 내 헬스케어 산업 전반에 투자하는 ETF는 정책 변화에 따른 개별 종목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유리하다. 또한, 정치 테마 ETF나 'Made in USA' 테마 ETF는 관세 정책 강화 국면에서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 군에 분산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3. 정기적인 정치 리스크 점검과 투자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투자자는 매 분기 혹은 반기 단위로 주요 정책 변화와 이에 따른 수혜·피해 업종을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예를 들어,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현실화될 경우, 관세 강화, 중국 견제, 미국 내 생산 독려 정책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시점에서 투자자는 기존의 글로벌 성장주 중심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미국 내 매출 비중이 높거나 내수 중심의 종목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4. IRA·CHIPS법 수혜 업종과 연결된 바이오 기업 발굴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CHIPS 법은 여전히 유효하며, 미국 내 제조시설 확충과 에너지 전환 정책을 중심으로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준다. 투자자는 관세 리스크뿐 아니라, '미국 중심 공급망 재편'이라는 흐름에 올라탈 수 있는 바이오·제약 기업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현지 법인 설립 또는 미국 기업과의 협업을 추진 중인 한국 바이오 기업은 장기 투자 매력도가 크다.
5. 환율, 정책, 무역까지 아우르는 '거시경제 데이터' 연계 전략
마지막으로, 투자자는 거시경제 데이터와 연계한 판단 능력을 키워야 한다. 관세 정책은 단순히 주식 가격에만 영향을 주지 않는다. 환율, 무역수지, 유가, 글로벌 금리 등 다양한 변수와 함께 움직인다. 이러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는 투자 전략을 병행하면 예측 가능성과 수익률 모두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제약 관세는 시작일 뿐, 바이오 투자는 이제 전략적 리셋이 필요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약품 관세 공세는 단기적 뉴스 이슈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정책은 단순한 무역 장벽을 넘어서, 글로벌 공급망 구조와 산업 경쟁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변수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처한 현실은 그만큼 복합적이다.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현지 생산 역량 확보 여부가 장기 생존 전략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또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될 경우, 관세 외에도 FDA 승인 지연, 규제 강화 등 추가적인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 투자자는 바이오 종목을 바라볼 때 단순히 실적이나 기술력뿐 아니라, 해당 기업의 글로벌 대응 전략과 정치 리스크 회피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결국 시장은 빠르게 변하지만, 준비된 투자자만이 기회를 잡는다. 지금이 바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다음 사이클을 선점할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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